강단여백 | 향토교회사와 세계교회사 사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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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 향토교회사와 세계교회사 사이에는
  • 정찬성 목사
  • 승인 2009.09.02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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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사의 강단여백(講壇餘白) - 22


유 권사님,
무더운 여름이지만, 이젠 아침저녁 선들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해서 논밭에 나갈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럴 때 정자나무 아래서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을 내력부터 시작해서 신변잡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들이 구전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그것이 마을 역사입니다. 역사는 사람 사는 이야기 아닙니까?

사람 사는 이야기 중에서 왕족과 관련된 역사는 잘 기록되고 지금도 왕조실록은 세계문화유산이 되잖았습니까? 집안내력을 기록한 것은 족보입니다. 마을 내력을 기록한 것을 향토사라고 합니다. 교회 내력을 기록한 것이 교회사입니다.


내 신앙생활이 세계교회사를 쓰는 것입니다.

우리가 섬기는 교회의 역사를 기록한 것을 개교회사라고 하고, 강화군의 교회들에 대한 기록이 <강화기독교100년사>입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 역사는 <한국교회사>입니다. 유 권사님, 우리가 사는 강화군에는 강화기독교100년사가 있습니다. 군단위로는 거의 최초로 기록된 지역교회사입니다.

성경에도 아브라함, 이삭, 야곱 등 향토사의 주역이었던 족장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역사를 주관하셨다는 역사관이 교회사의 시작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역사하셨다는 고백이 간증이라면 우리교회를 통해서 역사하심을 기록하면 개교회사, 우리 교단을 통해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이 교단사입니다. 그리고 모든 교단을 통해서 한국교회 전체에 역사하신 사실을 찾아 정리 한 것이 한국교회사입니다. 각 나라의 교회사를 수렴해서 세계교회를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의 일을 기록하면 세계교회사가 됩니다. 지금 내가 신앙생활하는 것이 곧 세계교회사의 한 모퉁이를 감당하는 것입니다.

족장들이 모여서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입니다. 그리고 나라가 분단되기도 하고 포로로 잡혀가기도 하면서 이스라엘의 역사로 확대되었습니다. 유 권사님,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서도 똑같은 사건을 다르게 해석해놓은 부분들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그래서 왜 똑같은 사건을 달리 해석 했을까를 학자들이 연구했습니다.

안방에 들어가면 시어머니 말씀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속담처럼 같은 사건을 놓고 예언자들이 선포한 말씀과 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이 기록한 말씀이 강조점을 달리했습니다.


정의가 중요하냐?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가 더 중요하냐

세상에는 제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세상에서 정의를 세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망해서 포로로 잡혀가게 된 이유도 강조점이 다릅니다.

제사가 제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하나님께 제사 올려야 할 이스라엘이 우상에게도 제사를 드리는 혼합주의 때문에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가 하면 예언자들은 정의가 무너져서 모든 것이 어긋나게 되고 결국은 하나님의 뜻조차도 무너져서 이스라엘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잖습니까?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제사장과 예언자들의 해석이 다릅니다. 이스라엘의 향토사학자들인 족장들의 삶이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이 글로 옮기면서 향토사학이 체계를 갖춘 성경의 역사서가 되었잖습니까?

오늘 하나님 앞에서 내가 한 일이 열매를 맺어 교회의 역사가 되고, 동시대에 하나님을 받들고 이웃을 섬기는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교회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유 권사님 최근에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오래전에 1-2권을 출판한 후에 20년만에 <한국기독교의 역사. 3>를 출판해서 한국기독교 역사를 최근까지 정리했더군요. 1990년까지 교회 안팎의 사건과 인물, 개교회사와 지역교회사, 교단의 역사와 신학 논쟁들까지 모두 수렴된 한국교회의 역사입니다. 민주화 운동 속에서 기독교의 역할과 해외선교에서 한국교회의 역할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 권사님, 향토교회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한국전체의 이야기가 된 그래서 세계 기독교 역사를 같이 써가는 것이어서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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