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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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 왔을 때
2019년 03월 20일 (수) 13:52:24 연합기독뉴스 webmaster@ycnnews.co.kr
   
  김명구 박사

 

1945년 8월 15일, 갑자기 해방이 찾아왔을 때 어느 누구나 해방의 기쁨을 억누르지 못했고 그 감격을 억제하지 못했다. 민족적 활기가 넘쳐났고 새로운 기대와 사명감이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조선 민족 된 자 그 누구도 환호 열광치 아니할 자 없었다.”

어느 누구도 일본이 패망할 줄 몰랐다.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항복 선언이 방송을 타고 흘러 나왔던 그 순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해방은 와있었고, 그 사실이 확인되면서 거리에는 비로소 태극기가 물결치기 시작했다. ‘조선독립만세’, ‘축 해방’, ‘우리 정권 수립’이라고 쓴 현수막이 수없이 걸렸고 ‘만세’를 외치는 소리가 그동안의 사무침을 풀기라도 하는 듯 온 땅에 가득했다.

일본이 패망해 한국에서 물러간다는 것은, 반드시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일본이 빠져나간 공간을 어떠한 지도력으로 대체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어떤 이념과 국가 체제를 선택하고 실현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곧바로 등장했다. 자주독립의 근대 국가건설, 곧 “건국”(Nation Building)이 새로운 명제로 등장하게 되면서 이를 주도하려고 각 정파들은 치열하게 경쟁과 대립, 갈등하며 뛰어들었다. 국가를 세우는 일이었고 그 경쟁은 치열했다.

기독교계도 예외 없이 건국의 전면에 나서려 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훼손된 교회를 재건하는 한편, 새로운 국가건설에 참여하려 했다.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기독교의 복음을 민주주의 추구의 근대 이데올로기로 보았던 그룹이나 개인구원의 영적 영역으로 국한했던 그룹 모두가 건국을 중요한 주제로 삼았다.

그러나 건국의 과정에서 생각지 않았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났다. 각 정파마다 건국의 이념이 달랐다. 남한의 경우, 민족운동을 주도하던 민족주의계가 자연스럽게 정치적 정당이나 정파로 전환했고 지하로 숨어들었던 공산주의계도 뛰쳐나와 활동을 개시했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그룹들이 귀국을 서둘렀고 수많은 신생 정당들이 만들어졌다. 건국에 대한 수많은 주장이 난무했고 협력이나 양보는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민족주의계와 공산주의계의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멀어져 갔다. 폭력과 암살이 난무했고 전횡(專橫)과 농단, 타협과 분열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일제에 의해 왜곡되었던 수많은 일들을 바로 잡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국내에 있던 민족주의자들에 대한 불신이 문제가 되었고 빌미가 되었다. 황국신민화 정책에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뛰어든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강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하로 숨었기 때문에 민족주의계와 달리 공산주의계는 일제의 노골적 전향 공세를 피할 수 있었다. 이를 기화로 민족주의자들을 친일로 몰아세웠고, 그로 인해 더 큰 갈등과 대립이 나타났다.

교회도 예외가 없었다. 일제에 의해 왜곡되었던 수많은 일들을 바로 잡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무너진 교회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깊은 상처들이 속속 드러났다. 신사참배와 친일이라는 불명예가 가장 컸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도를 넘었고 교회분열로 이어졌다.

깨끗한 제거와 엄격한 단절로 역사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순간에 모든 것이 재건될 수도 없다. 그러나, 여러 과정과 시간의 거리를 지나야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서로에 대한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교회의 재건과 새로운 국가건설이 결코 수탄치 않았던 이유이다.

 

김명구 박사(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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