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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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 연합기독뉴스
  • 승인 2020.03.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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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섭 교수
김홍섭 교수

봄이 오고 있다. 추위와 미세먼지 사이로 봄이 오고 있다. 올 해는 또 코로나 19’란 희대의 바이러스 대란 속에서도 조용히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는 길은 참으로 다양한 장애와 곡절이 많다. 입춘(立春)은 그래서 어쩌면 거의 겨울 한가운데 두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추위에 지쳐 쓰러진 초목과 산하의 만물들에게 이제 곧 봄이 오니 조금만 참고 견디라는 희망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얼어붙은 한강에서 더 아프고 혹독하게 자기를 견인불발 (堅忍不拔)로 견디려는 시인에게 “...하늘의 얼음짱 가슴으로 깨치며/내 한 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강물은 무엇 하러 또 풀리는가...“ 강이 풀리는 것은 마뜩치 않은 채로 바라보는 심사는 그대로 봄이 오는 것을 즐겨하는 것이리라.

봄은 가난한 우리들에게 하늘의 복음이다. 따뜻한 온기며 귓볼에 스치는 정겨운 봄바람이다.

어찌 봄의 따스함과 안온함과 흙 비집고 나온 새싹의 혼곤한 우주가 아름답지 않겠는가? 봄이 오면 꽃피는 산과 들에 사랑과 솟아오르는 비상의 꿈을 느끼지 않겠는가?

우리의 천재시인 파인 김동환은 봄을 노래한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 주//

나는 야 봄이 오면 그대 그리워/종달새 되어서 말 붙여 본다오/나는야 봄이 되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꽃 되어서 웃어본 다오“//

봄을 진달래, 종달새, 처자, 그대로 이마쥬하여 낳은 최고의 시에 김동진의 곡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봄노래로 사랑받고 있다.

이성부 시인은 긴 기다림과 지난한 몸짓으로 오는 눈부신 봄을 노래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그러나 결국 봄을 보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도 많다. 윤동주 시인은 엄혹한 시대를 외로이 살면서 봄을 기다렸으나 해방의 봄을 조금 앞두고 별이 되어 갔다. 그리고 이름자 묻힌 봄 언덕에 풀이 무성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긴 기다림과 혹한의 겨울바람과 알몸으로 눈보라와 만난 나목(裸木)들의 기도와 땅속에 울음으로 묻어 둔 사랑과 이별들이 별 되고 싹이 되고 꽃 되어 핀다.

그래서 봄은 아름답다. 봄은 조금 외로워도 아름답다. 잎과 만나기 전에 꽃으로 핀 순수와 열정의 매화와 목련, 진달래의 수줍음과 개나리의 소박함은 봄의 성찬이다.

우리 시대의 가인 최백호는 노래한다.

봄날이 오면은 뭐하노 그쟈/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꽃잎이 피면은 뭐하노 그쟈/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래도 우리 맘이 하나가 되어/암만 날이 가도 변하지 않으면

조금은 외로워도 괜찮다 그쟈/우리는 너무너무 사랑 하니까

우리는 너무너무 사랑 하니까

 

봄은 눈부시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정갈하다. 어둠에 빛을, 절망의 얼음장에 희망을 밝힌다.

봄이다. 미세먼지와 우리를 슬프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굳건히 설 일이다. 함께 일어서서 같이 달릴 일이다. 눈물로라도 씨를 뿌려 볼 일이다. 죽음의 바이러스를 이기는 것은 믿음과 신뢰와 사랑의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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