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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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 당신이 빛과 소금인 이유?
영은감리교회 정찬성 목사
2009년 10월 26일 (월) 23:13:35 정찬성 목사 jcs9379@hanmail.net


유 권사님,
요즘 고구마 캐시고 콩 꺾으시느라고 너무 바쁘시더군요. 들깨는 다 털어서 갈무리 하셨고, 논밭의 녹두 팥 조 수수 등도 어느 정도 수확이 되었더군요. 이제 비만 한번 내리면 날씨가 더 쌀쌀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서리 내리면 고추밭이 “서리 맞아 축 늘어진 밭”으로 변할 것입니다. 서리 맞는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도 쓰이지만 된서리 맞은 논밭을 볼 때마다 속담이나 비유가 참 적절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너무 할 일이 많습니다.

사도 바울이 “겨울이 오기 전에”외투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월동준비도 해야 합니다. 햅쌀 가마니 쌓아놓고 김장하고 연탄 들여놓으면 한 겨울 준비 끝이라고 말씀하시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새삼 실감이 나는 요즈음입니다.


고구마 품질이 인정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엊그제부터 고구마를 캔다기에 간식을 들고 밭에 가니 혼자 두더지같이 고구마를 캐고 계셔서 얼마나 가슴이 짠했는지 모릅니다. 서리오기 전에 캐야한다며 종종걸음 이십니다. 심고 가꾸고 거두는 것 중에 어떤 것이 제일 쉽냐고 물었습니다. 다 힘이 들지만 거두는 것은 일 년 삼백육십오일 매일 해도 힘이 안 든다며 신발 삼아 신은 버선발로 성큼성큼 밭고랑을 타십니다.

고구마 수확은 권사님에게 힘들지만 참으로 재미있는 일인 것입니다. “속노란 고구마”는 강화농업기술센터가 모를 공급하는 강화특산입니다. 한동안 강화고구마의 명성이 올라가니까 다른 지역에서 값싼 고구마 순(모)을 가져다가 강화산이라고 속여 파는 이들이 있어서 품질이 섞이고 황토색껍질이 흰색으로 변하고 지역 특산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눈앞의 이익이 전체 농업기반을 흔들 수 있는 경우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농업기술센터가 주축이 되어서 싸고 분명한 품질의 모를 공급해서 그 단맛과 호박고구마의 특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산이 국산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 권사님, 시골 장터에 푸성귀와 참깨 그리고 순무 몇 다발, 거기다가 새우젓이나 밴댕이젓갈을 담아 파는 노점상 할머니들이 계십니다. 오랜 연륜으로 주름살이 지시고, 우리네 어머니 같으신 느낌이라서 믿거라 하고 이것이 국산이냐고 묻으면 내가 농사지은 것이라고 대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장을 보고 다시 지나가다보면 똑같은 풍경이 연출된다는 군요. 그 참깨는 물론 중국산이고 그 할머니는 상습적으로 그 자리를 지키시는 분이라는군요. 지역 이미지를 다 버려놓는다는 것입니다. 강화 노점에서 노인들에게 사는 물건은 다 중국산이라는 이미지가 입소문으로 널리 퍼졌다는 것입니다.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풍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노점상들을 한자리에 모여서 장사하도록 하고 근사한 건물을 짓고 주차장도 운동장보다 더 크게 만들었는데 그런 일이 흔하지 않게 생긴다고 아우성입니다. 품질은 상인들의 몫인데 걱정입니다.


당신이 이 시대의 빛과 소금입니다.

유 권사님, 그런데 비해서 권사님은 너무 솔직하셔서 탈입니다. 고구마를 캐고 나서 보기 좋은 것들만 상자에 담아 도시 사람들에게 팔고, 크거나 작은 것들은 자루에 담아서 농사 안 짓는 교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좋은 것을 못줘서 미안하다며 맛은 좋으니 염려 말라고 오히려 죄송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81살 제일 최고령 농사꾼인데도 농사짓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감사하기보다 안타까웠습니다. 중국산도 아니고 맛이 덜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대를 받습니다. 중간에 굵거나 못생긴 것을 ‘알박기’도 하고 밑에 깔기도 해서 포장해서 파는 사람들도 많은데 권사님은 신앙양심상 그것을 못하셔서 목사인 저를 감동시키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안타깝고 귀하십니다. 유 권사님, 그것이 권사님이 생산한 고구마만 찾는 사람들이 느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진정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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