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여백 2 | 형님이 뵙고 싶은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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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2 | 형님이 뵙고 싶은 계절입니다.
  • 정찬성 목사
  • 승인 2009.03.05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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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목사의 강단여백(講壇餘白)-2


▲ 정찬성 목사(영은감리교회)
유 권사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꽃샘추위가 옷 속까지 파고듭니다. 학생들도 보내고 맞이하는 계절을 삽니다. 우리 예배당의 화목난로도 나무를 맞아 태우고 재로 보내는 동안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 따뜻함으로 꽃샘추위를 몰아내고 봄 마중하면서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배웅하고 맞이하고... 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형님들이 몇 분계십니다.
<형님>이라고 말하니 각진 머리에 검정색 양복을 입고 기역자로 인사하는 조폭을 연상하셔도 좋을듯합니다.

그런데 내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형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도원의 원장이셨습니다. 60수 겨우 넘는 짧은 한평생 하나님과 의리를 지키고, 선배들을 반듯하게 섬기고, 후배들에게 감동을 주고 살았으니 조폭중의 조폭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어른입니다.

그 형님이 교회 집에 오셔서 차를 나누시고 돌아가시면 대문 앞에서 배웅하시는 것을 싫어하셨습니다. 그래서 마당까지 나갑니다. 그것도 부족합니다. 형님이 타신 차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배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어느 날 형님을 배웅하는데 집안에서 계속 전화벨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대충대충 배웅하고 들어와서 전화를 받는데 형님이 차를 돌려서 돌아오셨습니다. 정 목사, 나 좀 보세. 그리고 한 시간 형님의 특별교육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후부터는 누가 나를 찾아와도 대문 밖 마당까지, 차가 안 보일 때까지 배웅하고 들어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유 권사님, 요즘 부쩍 빗자루 눈썹이 잘나신 형님생각이 그립습니다. 사람 맞이하고 배웅하는 기본이 인생전체를 사는 지렛대라고 가르치신 형님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지랄 바람 같은 세상에 형님이 그립습니다.

유 권사님, 우리 형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형님은 우리들의 마중물이셨습니다. (입담이 좋으셔서 매일 기도원에서 저녁과 새벽에 예배인도를 하시면서도 이야기의 소재가 끊임없이 샘솟는 형님은 교회주간신문에 수년을 연재해서 책을 묶어 출판하신 형님이십니다.)

형님이 매일 저녁 기도원집회를 인도하시는 이유는 당신이 중간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감당하시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유 권사님, 마중물이란 무엇입니까? 옛날 시골에서 사용하던 펌프가 생각나십니까? 이 펌프는 반드시 먼저 물을 붓고 펌프대를 바쁘게 움직여서 밑에 있는 물을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그러면 깊이에 있는 시원한 물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펌프가 있는 곳에는 펌프에 붓기 위해서 미리 받아놓은 물이 있었습니다. 밑에 있는 수정같이 시원한 물을 마중하는 물은 그냥 물이면 됩니다. 먼지가 있어도, 지저분해도 상관없습니다. 야채를 씻은 물이어도 좋고 심지어는 지나가던 개가 목이 말라서 입을 댄 물도 상관없습니다. 이것이 마중물입니다.

유 권사님, 사람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일이 인생입니다. 그 인생길의 중요한 것을 가르치시고 먼저가신 마중물 형님, 세월이 ‘지랄바람’같은 요즘 우리 형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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