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목사와 교인들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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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목사와 교인들의 동상이몽
  • 정찬성 목사
  • 승인 2014.08.2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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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사실을 과연 교인들이 알까 무섭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제 장점도 있지만 단점 또한 포함이 됩니다. 사람이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유독 저는 단점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무슨 일을 하다가 맘에 안 들면 당장은 어떻게 하지 않지만 천천히 기회를 만들어서 반드시 하고 마는 성격이라든지, 가급적이면 부드러운 말투나 태도를 견지하지만 속에서는 불이 나는 격한 성격인 것을 교인들이나 주변사람들이 알까 무섭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어떤 수준이 넘치면 하나님이 하시도록 마음으로 하나님께 인수인계를 한다는 사실을 알까 모르겠습니다.

개성이라고 생각하기에 까탈스런 성격

사치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손수건 한 장이라도 내 맘에 들어야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까 모르겠습니다.
유권사님, 만년필이나 볼펜 등 필기구나 수첩, 지갑 등 손에 늘 쥐고 사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까탈스럽다는 것을 아실까요?
만년필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이 시대에 그것을 손에 쥐고 있어야 맘에 안정감이 생기는 것은 오랜 습관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도 맘에 드는 만년필을 정해놓고 기회가 생기면 저질러야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갖고 있을 정돕니다.
평소에는 말을 잘하지만 강단에 올라가서 원고가 없으면 앞이 깜깜해지고 말더듬이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교인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전화목소리가 늘 부드럽지만 그것이 부모님이 주신 목소리가 아니라 방송국에서 훈련한 목소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유권사님, 제가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을 아는 교인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또한 가난한 농촌교회 목사지만 안경만은 호사스럽게도 우리나라에 열개정도 수입된 명품호피무늬 뿔테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몇 분이나 될까요?
벌써 5-6년은 족히 신고 다니는 갈색의 모양 없는 구두, 발모양 닮은 신발을 20년 전부터 그 모양만 고집하고 수입이 안 될 땐 억지로라도 구해서 신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교인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대중기도를 하거나 목회기도를 드릴 때 거의 모든 기도문을 미리 준비하고 원고로까지 작성해서 기도한다는 사실을 아는 교인들이 얼마나 될까요?
갑자기 순서 맡은 교인들이 예고 없이 불참한다면 하나님이 당황하시기 전에 목사가 먼저 당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교우들이 몇이나 될까요?
도자기 전시회에서 맘에 드는 용무늬 항아리를 사려고 적금을 깨고 주변사람들로부터 빵이 나오냐는 지적을 당하고 엄청나게 다투었던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한동안 목판화에 빠져서 이철수 이인철 등 당대 유명한 미술가의 작품을 소장하려고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장 시절 잡지 표지와 연재물의 삽화를 판화로 편집했던 사실을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전통적으로 성찬식 때 사용되는 값싼 양은이나 스테인리스 성찬기에 플라스틱 포도주잔, 카스테라 성찬떡이 하나님께 너무 죄송해서 성작과 성배를 내 개인이 바꿨습니다.
그리고 도자기 성찬기로 바꾸려고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교인들이 몇이나 될까요?

프로가 되고 싶은 목사의 욕구

강단에 설치된 전구 일곱 촛대 촛불모양이나 베니어판재로 만든 성구를 볼 때마다 집에서 쓰는 가구는 원목가구인데 하는 생각으로 하나님께 죄송스러웠던 기억 때문에 성구, 원목 십자가, 파라핀 화학양초가 아니라 온전한 밀랍 강단초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교인이 몇 명이나 될까요?
예배당 창문을 색유리 스테인 글라스로 바꾸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너무 고가라서 내가 직접 배워서 예배당 창문을 다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아는 교인이 몇 명이나 될까요?
교회주보는 목사와 교인들의 소통의 장으로 한 주간동안 고민하며 준비한 것들이 표현되는 교인들의 마당이라고 생각하면서 설교원고 강단여백 등으로 꾸며 12페이지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아는 교인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목사가 교인들의 가려운 곳이 어딘지, 교인들의 기도제목들이 무엇인지, 양들이 목자의 음성을 듣고 푸른 초장 잔잔한 물가로 인도함을 받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는 것을 아는 교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화나서 댓 발 나온 입술을 웃는 얼굴로 바꿔주실 하나님께 중보기도를 드리는 절규를 아는 교인들이 몇이나 될까요?
유 권사님, 소통하며 가진 것을 함께 조건 없이 나누며 유무상통하던 초대교회 공동체가 참 그리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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