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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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
손 목사의 아주 특별한 여행기 1
2015년 02월 12일 (목) 10:54:07 연합기독뉴스 webmaster@ycnnews.co.kr
   

손 목사의 아주 특별한 여행기 1

 

여행의 시작

 

손호익 목사

 

삶의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은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움의 발견이나 깨달음은 언제나 그렇듯이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나 시작됩니다. 아름다움은 숙성의 시간들을 거쳐야만 나타나는 성질이 있나 봅니다. 이런 시간차는 그 만큼의 미숙과 미련이 자신에게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삶의 아름다움이란 회상과 돌아봄 가운데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10년의 세월을 뒤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만 좌충우돌하며 다녀왔던 무모한 유럽 여행의 경험은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가졌던 아름다움이었고 기쁨이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아내의 유방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내의 유방암은 상당히 진행된 3기말이라는 중증의 상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러잖아도 내 삶에 대한 약간의 억울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내의 암 진단은 충격을 넘어서 황망함 그 자체였습니다. 줄 끊어진 연이 몸을 뒤틀고 바람에 날려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든 이들이 가지는 소망일 텐데, 우리의 삶에는 짓궂은 훼방꾼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이 훼방꾼을 물리칠 차분한 해결책이나 극복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저 분노와 억울함을 누르고 현실을 받아들일 밖에...이 일도 벅찬 일이었습니다. 복과 행운에 대하여는 소외된 주변인이었다고 여겼는데 고난의 장면에서 갑자기 주인공으로 끌려나와 그 중심에 세워진 듯한 기분은 참담함과 분노였습니다.

수술과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10개월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년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부끄럽게 웃는 아내를 데리고 정기 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간에 종양이 발견됐답니다. 또 다시 놀람과 소동 가운데 시작된 정밀 검사에서 다행히 악성이 아닌 것이 밝혀졌습니다.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인생의 남은 시간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집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야, 내가 도와줄게.”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이 가지는 뜻은 누구나 압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꺼내는 일이 무척 미안했지만 이 과정을 생략하고 뜻을 전달할 지혜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이해하고 받아들여줍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의 형편을 짐작하는 아내는 그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못합니다. 그런 아내에게 무슨 굉장한 일인 것처럼 유럽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때 아내의 눈을 스쳤던 밝은 힘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돈도 없고, 건강도 걱정이라는 아내의 말에 방법을 찾아보자며 유럽 여행에 대해서 인터넷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정보가 일인당 이백 오십 여 만원의 비용이 드는 개인 자동차 여행이었습니다. 가이드가 기사를 겸하는 상품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건강에 맞춰 일정도 조절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정도 비용이라면 어떻게든 해볼 요량이었습니다. 회사에 문의를 했더니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를 본 것이랍니다. 상품 액수에 동그라미 하나를 빠트리고 읽은 것이랍니다. 아뿔싸! 우리 사정에 이천 여 만원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아내의 얼굴에 실망하는 빛이 스칩니다.

아내의 실망을 위로하며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며 발견해낸 것이 자동차를 빌려 손수 운전하여 유럽을 다니는 여행 방법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미 상당히 많은 이들의 경험이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코스, 숙박, 식사, 자동차, 등등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 해외여행이라고는 성지순례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경험 밖에 없는 나로서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아내의 눈에 스쳤던 그 밝은 힘을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불행의 칙칙함으로 칠해진 화판에 다른 색을 덫 칠하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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